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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야괴담회 45회 사라진 시간 우물 위에서 휘청거리고 있는 아주머니의 혼령
    정보와 이슈 2022. 3. 5. 22:17

    심야괴담회 45회에서 어둑시니로부터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괴담은 허안나가 소개한 사라진 시간이었다. 이 이야기는 제보자 본인조차도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일인지 아니면 본인이 꿈으로 목격한 일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만약 꿈에서 목격한 일이라면 오늘 제보자는 신기가 있는 사람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낡은 이불을 두른 체 서럽게 울고 있는 여자

    때는 1989년 제보자 연희 씨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된다. 어른들이 한창 이삿짐을 나르느라 정신없는 상황에 홀로 남겨진 연희 씨는 심심해서 동네 주변을 구경하러 돌아다닌다. 집 근처 조그만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나오는데 연희 씨의 눈에 커다란 우물이 하나 보였다.

     

    연희 씨가 우물 근처로 가려는 순간 아저씨 한 분이 리어카를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 리어카 안에는 낡은 이불을 두른 체 서럽게 울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연희 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누군가에 맞았는지 가운데 앞니 하나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리어카를 끄는 아저씨는 이 여자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저 앞으로 가기에 바빴다.

    머리맡에 서서 노려보는 리어카 아주머니

    며칠 뒤 연희 씨는 슈퍼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 우물 근처에 모여있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무슨 일인가 하고 우물로 다가가서 안을 살펴봤더니 뒤집힌 마네킹이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아이들은 마네킹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했고 때마침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가 우물 안을 살펴본 뒤 긴 쇠파이프로 우물 속 마네킹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마네킹은 순식간에 뒤집히면서 사람의 형상을 한 얼굴을 드러냈다. 이 얼굴은 연희 씨가 며칠 전에 봤던 리어카에서 새빨간 눈으로 서럽게 울고 있던 아주머니의 시신이었다. 알고 보니 이 사건은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뒤 우물 속에 시신을 유기한 살인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날 밤 겨우 잠이 든 연희 씨는 어디선가 서럽게 울고 있는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슬며시 눈을 떠보니 오늘 우물 속에서 봤던 리어카 아주머니가 연희 씨의 머리맡에 서서 노려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연희 씨는 갑자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녀봐도 뚜렷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우물 위에서 휘청거리고 있는 혼령

    이유도 없이 병을 앓던 연희 씨는 어느 날 동네 아주머니의 권유로 마을 굿판에 참석하게 된다. 굿판은 아주머니의 시신이 나온 우물 근처에서 진행이 되었고 그날 우물에 모여있던 아이들 역시 나란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고 두 팔은 힘없이 축 처져 있어서 누가 봐도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아이들 역시 연희 씨처럼 우물 속에서 아주머니의 시신을 본 뒤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이다.

     

    연희 씨가 무심코 우물 쪽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살해된 리어카 아주머니의 혼령이 우물 위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지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고 연희 씨 혼자만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그때 굿을 하고 있던 무당이 연희 씨에게 다가와 하얀 저고리를 주면서 이런 말을 한다.

     

    조금 있다가 내가 너를 쳐다보면 이 저고리를 찢으렴.

     

    이걸 해야 안 아프고 지낼 수가 있어!

     

    굿판은 점점 절정에 달했고 그와 동시에 우물 위에 있던 아주머니의 휘청거림도 점점 빨라졌다. 무당은 갑자기 하던 행동을 멈추고 연희 씨를 쳐다보았고 이에 연희 씨는 무당이 말한 데로 하얀 저고리를 힘차게 찢었다. 그 순간 우물 위에서 기괴하게 움직이던 아주머니의 혼령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날 이후로 연희 씨는 몸이 개운해지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동안 앓고 있던 병이 거짓말처럼 모두 나았다.

     

    이 모든 일은 5년 전에 일어난 사건

    이렇게 일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지만 연희 씨가 동네 슈퍼를 들르면서 묘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동안 연희 씨가 동네 슈퍼를 방문한 횟수만 열 번이 넘는데 어찌된 일인지 슈퍼 할머니는 연희 씨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게다가 어제까지 있었던 우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연희 씨가 할머니에게 아주머니 시체가 나온 우물이 어디 갔냐고 물어보니까 할머니는 이런 대답을 한다.

     

    응? 무슨 우물? 니가 그걸 어떻게 아니?

     

    그 우물 메운 지 이미 5년은 더 됐는데?

     

    결국 이 모든 일은 연희 씨가 이 동네로 이사를 오기 전 이미 5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너무나도 황당했던 연희 씨는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도 말을 해봤지만 어머니 역시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이사를 오기 5년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연희 씨는 마치 본인이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본인이 실제로 겪은 일이 아니라면 이 동네 사람들의 누군가의 기억을 대신 본 것은 아닐까 하고 연희 씨는 짐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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